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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아이네클라이네,
함께 살아갈 가구를
찾고 있다면
글 최윤호 사진 김규식     2013-10-04

가구(家具). 말 그대로 집안 살림을 위해 쓰는 도구다. 크기가 비교적 크기 때문에 한 번 방 안에 들이면 바꾸기도 쉽지 않아서 얼마간은 꼼짝없이 함께 지내야 한다. 그래서 가구를 고르는 일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조건은 두 가지. 작은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고 적어도 수십 년은 고쳐서 쓸 수 있는 가구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일단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OO가구’와 같은 목재 가구 브랜드는 탐색지에서 제외했다. 부모님과 살던 시절의 경험이지만 그런 곳의 가구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 딱히 아내와 살아갈 집까지 그리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진 못했다. 게다가 적어도 20평형 이상의 아파트 평면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을 것 같은 크기와 색상은 꽤 부담스러웠다. 튼튼하고, 복잡하지 않고, 수수한, 넓지 않은 집에 어울릴 가구는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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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지만 딱 좋은” 가구
아내는 디자인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에서 일한다. 결혼 전 아내를 만나러 드나들던 그곳엔 스튜디오 브랜드 가구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가격을 제외하면 일단 그곳의 가구들은 앉아보고 만져볼만한 호기심이 생길 정도로 충분히 잘 생겼고 적당한 품질을 갖추고 있었다. 아내를 만나러 갈 때마다 시간을 두고 여러 가지를 살폈다.

그 가구들을 꼼꼼하게 살펴볼수록 아이네클라이네의 테이블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직선과 그대로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표면 마감이 돋보였다. 작은 방의 오래된 창틀과는 도색 없는 원목의 누런 빛깔이 아무래도 더 적당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아이네클라이네를 골랐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가구를 설명할 때 아내와 나는 “담담하다”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과하게 날카롭거나 화려하지 않아서 매우 기본적인 가구의 구조 그대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지만 홈페이지에서나 심볼 마크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가구 자체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만든 이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최윤호) 아내와 가구를 쓰면서 “담담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아이네클라이네의 가구는 다른 가구에 비해 어떤 부분이 특징이라고 보시는지?
(이상록) 사실 ‘써주시는 분들이 느끼는 그것’이 바로 특징인 것 같아요. 뭔가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을 해야겠다는 건 없어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두께나 비례와 같은 것들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나오는 것이겠죠. 제가 처음 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그리고 처음 가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와 같은.

예상과는 좀 다른 대답이었다. 어쩌면 그는 내가 담담하다고 힘주어 말한 부분을 불편하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가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원래 주거환경학과에서 인테리어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거듭하면서 그것이 너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가족 구성원 몇 명, 남편의 직업은 뭐고, 엄마는 뭐하고, 아들이 어떻고. 그걸 다 우리가 정하는 거예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의 최대 관심사가 이 모형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더라고요. 내 생각이 거기서 살게 될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전해질지 고민이 있었죠.

무사시노에서 공부를 하셨죠?
네, 일본에서 가구 공부를 했어요. 이탈리아나 뉴욕 하면 화려함을 떠올리게 되는데, 일본은 뭔가 생활과 밀접하면서도 부담 없고 쓰는 사람들이 편하게 쓰는 것이 좋은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 때 보고 경험한 것들이 형태에 묻어 나오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생산자 스스로 자신의 가구를 담담한 가구라고 규정한다면 이미 그건 완벽하게 답답한 가구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아내와 내가 그리 느끼는 것에 어떤 잘못이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나와 아내가 그렇게 느낀 것은 어쩌면 우리가 선택한 가구 자체보다는 그 가구와 함께 하나 하나 만들어낸 우리 집의 상황 때문이 아니었을까.

뭔가 어려운 걸, 저걸 해봐야겠다는 욕심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 내가 저걸 마스터해서, 내 가구에 꼭 이 디테일을 넣어보고 싶다는,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이걸 어떤식으로 하면 어떻게 보이겠다는 그런 것들을 잘 조합하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담담해지는 것 아닐까요?
네,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집요한 내 질문에 마지못해 나온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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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생산’이라는 현실
그런데, 기술적인 것에 집중하다 보면, 그쪽으로 막 빠져드는 사람이 있잖아요.
처음부터 “목공을 한다.”고 그러면, 주변 친구들은 “너 장인이구나.”라고 하는데, 뭐 처음부터 장인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사람들은 구분하기 좋아하잖아요. “디자이너세요?”라든지 말이예요. 그런데 디자이너라는 것도 그다지 …… .

그들의 활동에서 기존의 전승 공예나 현대 공예의 범주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부분을 찾기는 힘들다. 오히려 주변 여건에 비추어 그들만의 합리적 방법을 정하고 스스로를 조직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먼저 공방을 만든 이상록도 그렇지만, 이후 합류한 신하루도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디자인 문구 회사를 거친 후 목공을 시작한 경우다. 매체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 목공예가나 가구 디자이너라는 말 대신 ‘스튜디오 가구 브랜드’ 따위의 신조어를 주로 사용하는 걸 보면, 그들의 활동이 장인 정신이나 기업가 정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가구에 도색을 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요즘 유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나무를 소재로 선택한 이상, 그걸 색으로 덮어버리면 아깝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나무 결이 멋있고 좋아서 나무를 좋아했다기보다는, 그냥 나무가 갖는 톤과 느낌이 좋았거든요. 아주 물렁하거나 딱딱하지 않은 일종의 중간적 요소를 갖고 있는 소재로서의 나무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과해지는 게 싫은 것 같아요.
(신하루) 옛날에 쓰던 소나무같은 건 약하거든요. 활엽수에 비해서 침엽수는 약해요. 그래서 그걸 강화하기 위해서 옻칠도 하고 그런 거죠. 사실 그럴 필요가 없으면 왜, 굳이 칠을 그렇게 하겠어요? 그 색을 덮어서 말이예요.

다른 나라 이야기지만 과거에 영국 캐비닛 제작자들이 낮은 품질을 숨기려고 무늬목으로 가구를 덮기도 했었다고 하는데요. 저는 도색을 하지 않으시는 것이, 재료에 대한 일종의 윤리적인 태도를 보여주려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사용자의 입장에서 …… 말이죠?
네. 사용자의 입장에서 말이죠.
좀 달라요. 뭐랄까, 우리는 선택지가 별로 없어요. 소위 말하는 이케아식 가구처럼 대량 생산을 할 수는 없잖아요. 대한민국 서울에서 무늬목을 붙여 품질을 감추는, 그런 일을 하는 건 대기업 아니고서야 승산이 전혀 없는 거예요. 원목을 사용한다는 건 감정적인 부분일 뿐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이기도 한 거죠.

그래요. 옛 사례도 무늬목의 사용 자체가 비윤리적이기보다는 그렇게 무늬목을 사용한 상황이 그렇다는 이야기라고 해야겠네요.
도색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아마도 재료를 바꾸겠죠. 원목은 칠도 잘 안먹는데다가, 칠을 할 건데 원목에다가 어설프게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몸에 좀 안 좋더라도 MDF를 사용하겠죠.

둘의 대답을 듣고 보니, 소규모 생산이라는 진짜 현실을 ‘대량 생산과 소비에 반발해 나타난 대안’이라는 정도로 너무 간단히 생각해온 건 아닌지 스스로 되묻게 된다. 그들이 조건에 따라 MDF에 도색을 할 것인지는 중요한 부분이 아닌 것 같다. 더 큰 회사들과의 경쟁 속에서 그들의 개성을 담은 가구를 계속 만들 수 있는 방법. 둘은 그것을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저희처럼 오일로 마감하면 기다려야 하거든요. 칠하고 나서 하루, 장마철에는 이틀도 기다려야 되요. 말리고 나서 재도장해야 되고, 쓰다가도 또 상판을 정리하고 오일 칠을 다시 해야 되고. 사실 우레탄으로 한 번 입히면 다 해결돼요. 하지만 나무 자체의 숨구멍을 다 막아버려요. 우리가 하는 오일 마감보다 훨씬 세죠. 어떤 사람들은 그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그걸 하기 시작해버리면 공장을 돌리는 곳이랑 똑같아지는 거거든요.

근본적으로 칠이 이게 좋으니까 이걸로만 해야 돼. 그런 감정적인 부분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닌 거죠. 카페에 납품을 하는 테이블은, 저희도 우레탄 도장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정말로, 우리 가구를 사는 개인들이 뭘 원할까를 생각하면, 천연 오일이 맞다는 거죠. 그런데 또 상품 개발이나 저희 상황에 따라서 충분히 변할 수가 있어요. 제가 생각할 때는, 지금 저희가 이렇게 생각하지만, 작기 때문에 그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예전에는 우레탄 도장을 안 했지만,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요. 단지 감정적으로 나무가 좋아서. 도장을 안 하는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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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방법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가구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일부러 허술하게도 만드는 요즘 물건들과 다르다는, 튼튼하다는 뜻인가요?
오래 써도 안 망가진다는 말은 아니에요. 쓰는 사람이 오래 쓸 마음이 들어야 하는 게 더 중요해요. 그러기 때문에 아까 한 말처럼 형태가 질리지 않아야 하겠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우리가 ‘써포트’를 해준다는 거예요. 당신이 쓰는 동안에 문제가 생기면, 마감이나 오일 칠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설명도 해드리겠고, 어디든지 가서 해주겠다. 그거죠.
있었다가 없어진 거죠.
예전에는 아주머니들이 무슨 왁스를 뿌려가지고 닦기도 하고 그랬던 거 같은데, 그게 없어요. 가구에 왁스를 칠한다고 하면, 무슨 왁스냐고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예요. 가구는 한 번 쓰면 죽을 때 까지 그냥 멀쩡해야 되는, 그런 거 아니냐는 생각도 갖고 계신데, 정말 아니죠. 가구를 어떻게 길들이면 되는지에 대한 설명 및 도움을 우리가 드리겠다는 의미에서 사실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가구라고 한 거예요.

고객의 몇 퍼센트 정도가 그렇게 지원을 받고 있나요?
일단 저는 고객의 이름은 다 알아요. 연락이 오면, 바로 어떠시냐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요. 이젠 점점 머리에 한계가 오긴 하는데, 한 50% 정도는 편하게 전화가 오가는 정도는 돼요. 100%를 채우려면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하는데, 상황 자체가 그렇게 되지는 못해서, 이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하는 거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궁금한 게 있으시면, 처음엔 어떤 식으로 관리하면 되는지, 그런 거에 대해 언질을 다 드리고 있어요.

그렇게 하려다 보면 어차피 소규모로 갈 수밖에 없는 거 아닐까요.
확실히 소규모이기 때문에 그런 거에 대응을 할 수 있는 건 분명한 거 같아요.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지고, 어떻게 우리의 장점으로 만들 수 있을까. 직원이 조금만 더 되어도, 그 직원들 먹여 살리느라 여기 저기 일 따러 다녀야 되고, 각자 분업화되면 분업화될수록 자기 일만 하고 그래야 되겠죠. 그것도 중요하긴 한데, 저희가 좀 전에 말했던 생각들을 유지해야지만, 그래야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정리하면, “시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모든 도움을 드리겠다.”는 이야기다. 시간의 개념으로 고객과의 소통을 설명하는 부분이 꽤 인상적이다. 그들이 꾸려가는 가구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되는 부분은 아마도 이 지점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런 나무들은 주로 어디서 구하시는 건가요?
저희가 사용하는 목재 가격 자체가 굉장히 비싸요. 다른 데 두 배 하는 목재도 있고 그래요. 손님들 중에 제가 주로 사용하지 않는 목재들을 원하시는 분은 직접 재료상에 모시고 가서 목재를 사오기도 해요.
옛날엔 직접 나무를 해서 가구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요즘엔 재료를 주변에서 구할 수도 없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럼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잘 쓰이는 나무 재료가 있긴 한가요?
참죽나무가 잘 쓰이는 편이고, 그리고 소나무나 느티나무 같은 것들을 많이 쓰죠. 그런데 제대로 건조가 되고 그러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하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해요.
제가 봤을 때는,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나무로 집을 짓는다. 그러면 고속도로를 하나 뚫어야 할 거예요. 그렇데요. 생산량이 균일하지도 않고, 안정적으로 뭔가를 할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거죠. 아니면 시골에, 벼락 맞아서 떨어진 나무, 그런 걸 구해서 하시는 분도 있데요.

마지막 질문이었던 재료의 선택과 수급 부분에서도 그들의 태도는 여전하다. 어떤 특별한 의미를 먼저 두고 그렇게 했다기보다는 적합한 방안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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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로 공방에서 생산하는 가구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은 대량생산된 가구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대량생산된 가구들은 보통 광범위하게 통용될만한 일종의 소비자 모델을 정하고 그에 따라 생산된다. 당연히 여러 측면에서 가장 일반적인 생활 조건을 반영하게 된다. 우리는 같은 소비자 모델을 두고 생산된 비슷한 가구라면 보다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물건을 비교해 선택한다.

소규모로 생산된 스튜디오 가구들은 그런 일반적인 생활 조건에서 약간은 비켜선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확실히 좁은 가구 영역이다. 둘 간의 차이는 형태, 재료, 색상, 접합 방식, 크기 등을 비롯해 그것이 놓일 환경에 대한 고려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이면서도 광범위하다. 대부분 대량생산된 가구보다 비싸다는 점이 선택을 망설이게 만든다. 하지만 소규모로 생산된 제품들을 품질과 가격만으로 비교, 선택하고 구입하는 것은 넌센스다. 대신 그들이 지향하고 제공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공감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가구란 없다. 아이네클라이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함께 만들어갈 조력자가 필요했으므로, 나는 그들을 선택했다. 아이네클라이네는 매우 다양한 기본 생산 모델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희망에 따라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사후 방문 지원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집 안 가구를 나름의 생각대로 만들어볼 생각이라면 그들에게 조언을 구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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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호 ssall@ssall.com 대학에서 공예와 디자인사를 배웠고 디자이너, 전시 기획자, 번역자, 연구자, 편집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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